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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8 14:17:46 #플랜뉴스 플랜지구촌
이 사례 연구에 소개되는 60대 여성 아미 잔(Ami Zan)과 그녀의 20세 딸은
방글라데시 가지푸르지역 모임의 일원입니다.
 
“저는 열세 살에 결혼해 이듬해인 열네 살 때 첫 아이를 낳았어요. 사내아이였죠. 제 남편은 그 당시 서른 살이었답니다.
 
제 큰딸만큼은 일찍 시집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제 남편이 근 2년 동안 앓아 누워 있었던 관계로 우리 가족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었거든요. 그래서 제 큰딸이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집에 시집 보내게 되었어요. 한 사람이라도 입을 줄여야 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렇지만 제 둘째 딸만큼은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는 올해 스무 살로, 이제 막 12학년을 마쳤답니다. 곧 다가올 마지막 시험까지 무사히 치르면, 모든 고등 교육을 마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여자아이들이 신체적으로 엄마가 될 모든 준비가 갖춰지기 전까진 결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결혼해서 아내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때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신체적으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요. 결국엔 학교 시험까지 치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는데, 급격한 건강 악화로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어요. 제가 낙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봤자 넌 결국엔 집에서 요리나 하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요리를 배우렴. 네 꿈이야 어찌 됐든 가족들을 돌보고 요리하는 것이 너의 운명이란다. 그러니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 결국 저는 결혼한 후부터 산더미 같은 집안일에 묻혀 살았어요. 끝내는 이것이 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제 남편 가족들과 함께 살며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일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부당한 의무감과 책임감에 휩싸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어요. 제 친정부모님도 그렇게 바람직한 부모상은 아니셨지만, 제 시부모님에 비하면 정말이지 천사인편이었어요. 심지어 제 시어머니는 남편을 시켜 저에게 정신적인 학대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학대까지 강요하셨어요.
 

 
 
저는 지역사회에서 무척이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마을개발위원의 일원으로도 일하고 있지요. 이 모임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답니다. 저희는 마을개발을 비롯해 다른 여러 활동도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조혼에 관련된 활동도 있어요. 주로 십 대 자녀를 둔 가정에 방문하여 조혼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인식개선활동을 하고 있지요. 또 부모들에게 여자아이가 열여덟 살, 그리고 남자아이가 스물 한 살이 되기 전까지 결혼시키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어요.
 
법적 결혼적령기 이전에 자녀를 결혼시키려는 부모님 대상으로 상담도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신랑 쪽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답니다. 신랑 쪽에 먼저 호소하여 결혼 자체가 무효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요. 신부의 부모님께는 아이가 교육을 모두 끝마칠 때까지 부디 기다려달라고 격려한답니다. 만약 가정 형편상 교육시키기 어려운 가정에는 아이가 어떤 기술이라도 배울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이 험난한 직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겨 직접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저희 모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쉬운 일만은 아니랍니다. 심지어 어떤 부모님은 저희에게 ‘내 아이가 언제 결혼해야 하는지 왜 당신들이 정하는 거지? 도대체 왜 이런 정보를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는 거야? 옛날부터 줄곧 행해왔던 일인데,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가 틀렸다는 거지?’라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여자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신랑 될 남자가 좋아하기 때문에 일찍 시집 보내버리는 일이 빈번한 것이지요. 만약 신랑 신부 둘 다 십 대 때 결혼한다면 보다 쉽게 신부의 감정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장점 아닌 장점도 있고요. 여자아이가 글을 배우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신랑 집안 어른들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랍니다. 이러한 저항의견들과 맞서 싸우는 일은 무척이나 고되고 어려운 일이에요. 저희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아주 오래된 풍습이기 때문에 마을 교육자나 지역의회 등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요.
 
작년엔 제가 직접 한 명의 후보자로서 선거에 출마했었어요. 제 남편이 죽기 전 저에게 꼭 정치에 참여해보라며 응원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