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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마음으로 낳은 내 딸 띠똠 10년간 잘 커줘서 고맙구나”

2015.11.18 10:55:31

“마음으로 낳은 내 딸 띠똠 10년간 잘 커줘서 고맙구나”






내 이름은 김성령(48). 나는 배우다. 내겐 마음으로 낳은 딸이 있다. 그 애 이름은 띠똠. 베트남 하노이에서 78㎞ 떨어진 외딴 마을이 내 딸 띠똠의 고향이다. 10년 전 띠똠을 처음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꼬불꼬불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다 나온 작은 마을. 한 무리의 아이들 틈에서 한눈에 띠똠을 알아봤다.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참 마음을 진정시킨 뒤 띠똠 앞에 섰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내 손을 잡고 마을과 집 여기저기를 안내했다. 띠똠은 가난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집에서 할머니, 어린 동생 셋과 함께 살았다. 부모는 멀리 사이공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섯 가족이 생계를 꾸리기엔 모든 게 부족했다. 하루하루 간신히 끼니를 때울 뿐, 제대로 된 공부는커녕 미래에 대한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도 띠똠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찾아와줘 고맙다며 눈을 맞췄다. ‘아이에게 꿈을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난 띠똠의 또 다른 가족이 됐다. 띠똠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을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떠나는 날 띠똠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10년 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며 “희망을 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국제구호개발 NGO 플랜코리아를 통해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띠똠의 마을에 전달됐다. 의료와 보건은 물론, 식수 위생, 경제지원, 아동보호 등 지역개발사업이 진행됐다. 띠똠이 사는 낙후 지역은 이제 후원 프로그램이 철수할 만큼 발전했다.



지난달 18일 난 다시 베트남을 찾았다. 10년 전 가슴으로 낳은 딸, 띠똠과의 약속 때문이다. ‘나를 기억할까’.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다. 어엿한 숙녀가 된 19살 띠똠은 나를 단번에 알아봤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내게 띠똠은 “다시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아이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 띠똠을 안고 펑펑 울었다.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등 교육을 마치고 직업 훈련까지 받은 띠똠은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같은 마을 청년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띠똠은 지난 9월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띠똠의 남편은 내가 머물 수 있게 작은 오두막집을 지어 선물했다. 띠똠은 나를 ‘희망’으로 기억했고, 내 품에 안긴 띠똠의 딸을 보며 나는 기쁨으로 가득한 또 다른 미래를 만났다.


띠똠과의 만남 후 내겐 5명의 아이가 더 생겼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은 작은 후원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난 오늘도 그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 제2, 제3의 띠똠이 되기를 기도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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