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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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 온 이야기, Story from the Future

미래로부터 온 이야기, "Story from the Future" 는 2055년을 배경으로 하는 희망적인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각각의 짧은 소설 내용은 11개국의 15명의 청소년 여성과 젊은 여성들과 함께 소녀들이 바라는 30년 후의 세상과 미래 소녀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이번 단편 소설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의 나라, 기니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니는 오랜 기간 여성과 소녀들이 겪는 구조적인 불평등과 전통적인 관습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다양한 측면의 노력을 통해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제정과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오랜 문화적, 종교적 전통과 맞물려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소녀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오늘 단편 소설의 주인공 아이스하 입니다.

*본 사진 속 인물들은 해당 이야기의 실제 인물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15살 아이스하는 기니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었습니다. 집 안이 조용해지고 모두가 잠들자, 그녀는 어디선가 들리는 희미한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소녀들이 신부로 팔려가고 있어" "여성 할례는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해" "생리 용품이 없어 수백만의 소녀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있어" 알 수 없는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아이스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스하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는 소녀들이 매일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무료 생리 용품과 깨끗한 위생 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할례나 강제적인 결혼 같은 관습은 법으로 이미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가 들었던 이야기를 유령의 속삭임이라고 생각하고, 마을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찾아가 이 속삭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런 끔찍한 이야기는 입에 담아서는 안된다, 아이스하" 라고 말했고, 아이스하의 어머니와 선생님과 친구들도 모두 "과거는 과거에 두고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퍼뜨리지 마" 라는 답변만 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하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스하는 이 목소리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남긴 작은 나무 인형 속에서 나왔습니다. 인형 안에는 작은 디지털 기기가 숨겨져 있었고, 기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녹음 파일을 재생하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과거 여성들과 소녀들이 겪었던 끔찍한 현실이 고스란히 사진과 영상, 증언과 보고서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할머니가 내게 남긴 진짜 유산이었구나" 라고 생각한 아이스하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에 이렇게 많은 소녀들이 고통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스하는 믿기 어려웠고 또 다시 이러한 일들입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스하는 마을 전체가 참석하는 큰 행사인 학생 박람회가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할머니가 남긴 자료들을 활용하여 가상 박물관을 설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박람회에 참석한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준비한 기기를 VR 기기를 착용하고 직접 역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30년 전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이 할례를 겪으며 느꼈던 고통이 화면에 펼쳐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강제 결혼을 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불평등한 결혼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고통과 그로 인해 생기는 악순환적인 빈곤의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스하는 고통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간 얼마나 많은 시민 단체와 여성 운동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는지 또한 보여줄 수 있었고, 관람객들은 사회적 변화가 어떻게 가능하였는지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는 마을 전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마을 최고 지도자인 라미도가 그녀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늘 한 일을 지켜보니 네 할머니도 너를 자랑스러워할 거야"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오래된 상처를 들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기니 전역에 이 과거의 비극을 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스하는 그날 밤 처음으로 온전하게 평온한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할머니의 유산을 지켜냈고, 앞으로의 세대를 보호할 방법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