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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0 16:21:23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지현숙씨와  함께한 3일간의 사랑여행"

 플랜한국위원회 자원봉사자 박현미

사랑은 부메랑이요 메아리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스쳐가는 인연도 몇 겁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한다. 1겁이 4억 3,200만 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부모와 자식으로의 인연을 맺기까지 몇 만겁을 되풀이했을까?  피로 맺어진 인연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부모와 자식이 된 인연. 그건 아마도 더 많은 세월을 거듭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플랜코리아를 통해 이렇게 마음의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인연인 지현숙씨와 그녀의 필리핀 아들 레노르 바산의 만남은 나에게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움과 밤이슬처럼 눈물겨움을 동시에 전해 주었다. 단지 3일간의 짧은 그들과의 동행이었지만 그들을 처음 만난 순간 난 느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사랑하는 이들에게 삶의 크나큰 기쁨과 희망을 되는지를…

 11살의 귀엽고 애띤 아이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레노르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나눠준 사랑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지현숙씨에게 레노르는 머나먼 이국에 살고 있는 아동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녀의 삶의 버팀줄이요 희망이었다. 

 내 몸이 아프고 힘들면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 할지라도 귀찮아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지현숙씨는 뇌종양이라는 최악의 건강 상실과 그로 인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 레노르만은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했다.  그러한 그녀의 사랑을 온 마음으로 느꼈는지 레노르 역시 지현숙씨를 단순히 자신의 후원자로서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를 거의 듣지 못했지만 한시도 놓지 않는 꽉 잡은 두 사람의 손을 통해서, 마주보는 서로의 눈빛을 통해서 끝없는 사랑의 대화가 오고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주어질지 모르는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햇살도, 가파른 언덕도 마다하지 않고 힘차게 나아갔던 지현숙씨의 모습. 그리고 곧 지쳐 쓰러져 버릴 것 같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그녀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를 전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그녀의 정열적인 노래 속에서, 밥 한끼라도 손수 지어 주어 싶어 장을 보는 그녀의 발걸음 속에서, 그녀의 강하지만 따뜻한 엄마의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현숙씨는 자동이체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매달 은행을 찾아 아들에게 돈을 부친다고 한다. 그러한 그녀의 행동은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물질의 일부를 의미 없이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쫓기듯 살아가는 힘겨운 삶 속에서 레노르를 한 번이라도 더 그려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 누군가와 함께 하려는 마음, 누군가에게 베풀어 주고자 하는 마음.  성선설을 믿는 나이지만 이러한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지현숙씨가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가 이러한 마음을 갖고 태어났다면 이 세상은 오직 사랑으로만 충만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도 기아와 질병, 전쟁 속에서 미움과 다툼, 무관심으로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지현숙씨가 말했다. “이러한 마음은 바로 밥을 먹듯, 잠을 자듯, 일을 하듯 습관 속에서 생겨나요….” .  작고 가냘픈 그녀지만 그녀에게서 당당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녀만이 지켜온 이러한 신념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나에게 준 또 하나의 깨달음은 바로 “사랑이 부메랑이요 메아리라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나눠준 사랑은 비록 내가 사랑을 준 그 대상자가 아닐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내게 다시 날라오고 또 메아리처럼 수많은 이들에게 멀리멀리 퍼져갈 수 있다는 것…머리로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번 내 마음에, 그리고 내 행실 속에 깊이 각인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지금 그녀가 전한 사랑이 레오르라는 부메랑으로 그녀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있음을 듣는다…

 - 위 글은 플랜한국위원회 자원봉사자인 박현미씨가 지현숙씨와 그녀가 후원하는 필리핀 아들 레노르 바산와 함께 3일간을 동행한 후 쓴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