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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18:37:00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네팔식 새마을 운동으로 지독한 가난 벗을 것”

“계급사회 타파해야 한국처럼 잘살 수 있어”

네팔간지에서 통역을 맡았던 판타 나바라즈(41, 경희대 관광학 박사과정)씨는 ‘새마을 운동’ 모자를 벗는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그는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학 박사 과정까지 마친 유학파이자 지한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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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 나바라즈 네팔 새마을운동협회 회장 / 서명덕 기자


나바라즈씨는 특히 네팔 새마을운동협회 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네팔이 한국식 새마을 운동을 통해 가난을 벗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플랜 코리아와 함께 진행한 ‘네팔 지구촌 희망학교’ 프로젝트에서 현지 통역을 맡은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네팔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교사 자격이 부여된다. 1992년까지 네팔에서 수년 동안 중등학교 교사 생활을 마친 뒤 한국행을 선택한 그는 처음 목적지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행이 좌절되고, 한국에 관광비자로 입국했지만 이후 한국 체류가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플라스틱 사출기에 팔뚝이 끼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2년 넘게 한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그는 팔 한 쪽에 인공 뼈를 달고 살고 있다. 그는 네팔 이주 노동자들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네팔로 귀국한 뒤 한국인들을 상대로 관광 가이드 등을 하며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한국행을 위해 노력했고, 한국에 유학을 온 뒤 2002년에 NGO 부문으로 석사를 이수했다. 현재 그는 관광학으로 경희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네팔어, 영어, 한국어, 인도어까지 다양한 언어 구사도 가능하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던 ‘새마을 운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네팔에서 새마을 운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새마을 운동 국가가 인정하지 않아요. 국가가 계획하는 거 아니에요. 네팔은 아직 개발 모델 여러 가지 많이 있어요. 플랜 인터내셔널도 이 중 한가지에요.”

그는 “돈만 투자하는 것은 (현지 주민들이) 거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돈만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봉사단에 직접 들어와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흔치 않은 행사다.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직접 와서 이들과 함께 있으면 생각이 국제적으로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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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네팔간지 학교에서는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 팀이 있다. / 서명덕 기자

그는 새마을 운동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카트만두 근처에서 22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국수 점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비용은 1년에 1500만원 남짓이다. 나바라즈씨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도움을 줄 때마다 항상 ‘당신 나라에서 1명 먹일 돈으로 우리는 200명을 넘게 교육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학교에 학생들 부모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도 새마을 운동의 일부”라고 했다. 학교 점심을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제공하면 벌레가 득실거리는 옛날식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깨끗하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뿌리 깊은 계급 사회를 타파해야 네팔이 발전 할 수 있다고 했다. 카스트 제도가 아이들의 희망과, 젊은 세대들의 노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브라만(승려계급), 제뜨리(귀족계급), 바이샤(농민·상인·몽골족), 수드라(천민)로 구분되는 카스트는 공식적으로 폐지된 지는 오래지만 여전히 일부 계층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네팔에도 양반-상놈 있어요. 실제로 몇 년 전에는 제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 아이 뺏어가요. 왜 천민 아이들과 같은 식탁에서 점심을 먹느냐는 거죠. 계급이 있으면 한마음으로 네팔 발전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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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오전 네팔 네팔간지 주민들이 프라바트 학교 완공식에 몰려 나와 한국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 서명덕 기자한국 사회 만연한 계급의식과 허례허식을 비판하는 말이 이어졌다.

“한국에도 양반-상놈 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 병원에 갔는데 ‘봉고’ 타고 갔더니 (손을 아래위로 휘 저의며) 훠이훠이 했어요. 다음에 똑같은 병원을 ‘오피러스’ 타고 갔는데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이렇게 절 했어요. 한국에 만난 어떤 사람이 ‘싫어도 한국에서는 넥타이 매고 다니세요’라고 했는데, 그 말 뜻 알았어요. 한국은 정장 입은 사람 높게 생각하는 분위기 있어요.”

잠시 인터뷰를 중단한 사이 그는 또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새마을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옆에서 들어봤다.

“우리 네팔 사람 재산 물려주는 거 해선 안돼요. 카트만두에만 가도 술-마약 하는 젊은 사람들 많아요. 네팔에는 부모가 아들에게 땅 물려주는 일이 많은데, ‘부모 재산이 있는데 왜 학교를 가야하냐’며 나쁘게 생활하는 사람들 많이 있어요. 재산 물려 줘서는 안돼요.”

정치-사회적인 혼란도 네팔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동안 왕국으로 알려진 네팔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 게릴라까지 참여하는 임시 국회가 구성됐고, 내년 4월에 선거를 통해 내각 구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영국식 민주주의와 미국식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정당은 물론이고, 산사람으로 통했던 공산주의 추종자 ‘마오주의 게릴라’ 3만 명도 정당을 구성해 임시 국회 구성원으로 참여한 상태다.

라바트 학교 한 여교사는 “네팔에 왕이 있다면서요”라는 질문에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네팔에는 왕이 없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바라즈씨는 “게릴라들이 종종 내려오기 때문에 ‘왕이 있다’고 하면 게릴라들이 잡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네팔은 사회 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국제 정세도 유리한 형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종교전쟁의 희생양이 됐고, 근대에는 여러 외세의 침입을 끊임없이 받으며 무수히 짓밟혔다. 하지만 나바라즈씨는 “한국과 달리 네팔은 단 한 번도 외국의 식민지가 된 적은 없었다”며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네팔은 아시아 두 대국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여 있는 ‘샌드위치 국가’”라며 “국경 근처의 가공무역을 통해 상업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