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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0:45:03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사실 Duyen(이하 듀엔)으로부터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방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5
년이나 스폰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달랑 편지 두 번 밖에 보낸 적이 없으니 아마 난 스폰서 중에 가장 성의 없고 무관심한 스폰서 일지 모른다.
작년 말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과 편지에 "보고 싶으니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라는 내용을 보고 그 동안 많은 편지를 보내온 듀엔에게 난 너무 미안한 생각에 한동안 손에 일도 잡히지 않았었다. 뭐라고 답장을 해야 했지만 아이가 보고 싶다는데 너무 멀어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은 할 수 가 없었다.(사진 5년 전8살 때)

그래, "이 참에 한번 다녀와야지 2월엔 회사 일도 덜 바쁘고 시간도 넉넉하고 하니까" 라는 생각에 후원아동 방문신청을 하였다.

아들에게 방학이니까 같이 가자고 했더니 멀어서 싫다고 그러길래 "베트남이 뭐가 멀어 자동차로 서울서 부산가는 시간이면 되는데" 라고 하니까 유럽여행 하고 싶다고 투덜댄다(배부른 나쁜 놈). 아무튼 이래저래 꼬셔 보았지만 결국 나 혼자 이번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방문에 맞춰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마트로 향했다. 무얼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가방에 넣어갈 수 있는 게 학용품, 인형, 옷 등 이다 싶어 베트남 호치민에서 사업하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요즘 베트남 날씨 어때?" 했더니 "모기 많고 맨날 덥지 뭐" 그런다그래, 그럼 반팔 옷만 사야겠네 하고는 마트를 아무리 뒤졌지만 겨울이라 반팔 옷은 찾을 수 없었다. 완전히 좌절모드다. ,.; 결국 학용품 몇 가지와 곰 인형, 듀엔의 13살짜리 오빠에게 줄 축구공만 사 들고 마트를 빠져 나왔다.
그러던 중 옷 가게 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 그 친구 가게에는 반팔 옷이 있을 거야 하는 발걸음을 옮겨 친구 가게로 갔다. 오호~~ 이게 왠걸 그 친구 가게에 반팔 옷이
널려있었다. 이것저것 한 보따리 고른 후 흐믓!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 공항 도착할 무렵 기장님이 한마디 한다 "지금 하노이 날씨는 비가 내리고 있고 온도는 영상 12도 입니다". 영상 12? 흠 가을 날씨군.
도착한 시간은 11  가방 찾고 공항을 빠져 나와 택시 타고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6달러 짜리 호텔인데 아침밥도 준다니 사뭇 기대가 된다 ㅋㅋ.
사실 그 동안 잦은 해외출장에 비싼 호텔도 많이 다녀 보았지만 어쩐지 이번 여행에서의 사치는 조금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

40분쯤 후 택시기사가 다 왔다고 한다. 하지만 내 눈엔 내가 예약한 호텔간판이 보이질 않는다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택시기사는 골목을 손으로 가리키며 20미터 정도 걸어가면 있다고 한다. 택시비 지불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헉 이게 모야 문이 문이 잠겨있네 간판도 꺼져있고, 순간 난 황당한 패닉 상태로 빠져든다.

호텔 문 아무리 두들겨도 아무 반응도 없고 어두 침침한 골목, 택시는 가버리고, 시간은 새벽 0시반, 거리에 켜진 간판 아무것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어쩌겠나 일단 큰길로 나가야지, 비가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골목을 우산도 없이 빠져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 속옷이 젖어 들기 직전 반가운 호텔간판,

"하룻밤 얼마죠?"

"130달러인데요"

"헉 너무 비싼데 깎아주세요"

"비싸긴 하지만 여긴 4성 호텔 입니다."

"그래도 깎아주세요, 제가 예약한 호텔이 문을 닫아버려 갈 곳이 없네요. 그리고 지금 60달러 밖에 없는데....."

"잠시만요"

지배인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다

"네 좋습니다. 60달러에 방 드리겠습니다."

"ㅋㅋ 감사 감사"

너무 피곤하고 긴장했는지 젖은 옷을 말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다시 하노이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창 밖을 보니 사람들이 털모자에 파카점퍼, 장갑까지 끼고 다닌다. , 영상 12도에 여기 사람들에겐 영상12도면 무지 추운 날씨 인 것 같다. 순간 가방 속에 듀엔에게 줄 반팔 옷에 대한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듀엔이 사는 꽝아이까지 가려면 다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 베트남 국내선을 타고 1시간쯤 후 다낭 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 나와 꽝아이(다낭에서 140Km) 까지 가는 택시비(50달러)를 흥정(40달러로)하고 출발 꽝아이로 향했다. 고속도로이지만 왕복 2차선에 자전거, 오토바이, 움푹 패인 길들이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게 한다. 3시간 반이나 걸려 오후 2시쯤 꽝아이에 도착 했지만 택시기사가 다행이 영어를 할 줄 알아 지루하진 않았다.
호텔 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배가 고픈 터라 마땅한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호텔에도 식당이 있지만 어느 나라를 가도 호텔음식은 왠지 현지 스럽지 못하다.

드디어 아주 현지 스럽게 생긴 국숫집 발견, 무작정 들어가서 메뉴판 보고 손가락 하나 들고 "1번 주세요"

그런데 음식을 받고 보니 모양이 맛없어 보인다. 쌀국수도 아니고, 닭국물에 당면이 들어있고 칠리와 파가 송송 들어있다. 먹어보니 보이는 그대로다 허나 어쩌나 맛있게 먹어야지~ 나름대로 먹을 만 했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와 이틀 동안 받지 못한 메일 체크하고, 커피한잔하고 있을 무렵 침대 옆 전화벨이 울린다.

잘 도착했냐는 플랜 꽝아이 사무소 직원의 전화였다. 너무 반가웠다 내일아침 8시쯤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 하였다. 그리고 아주 긴 티비 시청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깨어보니 헛! 아침 7, 부랴부랴 샤워하고, 선물 챙기고, 아침 먹고 로비로 내려 같다. 5분쯤 기다렸을까 플랜 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말을 건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차에 올랐다. 호텔에서 듀엔의 집까지는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덜컹 거리며 시골길을 달렸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논 과 밭 풍경은 우리나라 여느 농촌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끔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가 논과 밭 사이에 있는 모습이 달랐을 뿐. 오늘도 여전히 비는 부슬부슬 내린다.

듀엔의 집으로 이동하는 중 플랜직원이 팜플렛 같아 보이는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읽고 나서 서명하라고..   제목은 "나는 절대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 내용은 Plan Policy 준수할 것, 등등 문화의 차이로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오전 9. 서명하고 건네줄 쯤 마을에 도착했다.

방문시간이 너무 이른 관계로 마을회관과 학교 등을 먼저 방문하자고 한다. 마을회관 도착, 우리나라 농촌 이장님 같은 분이라며 인상 좋은 아저씨 한 분과 이곳 마을의 후원아동들의 성장과정을 관리 감독하고 또한 마을의 Micro Credit을 담당하는 여자분을 소개받았다(코미디언 심봉선씨를 너무 닮은 정겨운 인상의 아가씨). 마을회관 이곳 저곳을 안내해주고 따듯한 녹차대접을 받았다 마을에서 플랜과 공동으로 하는 사업소개와 Micro Credit 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장님과 Micro Credit 담당자는 플랜의 고마운 활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장님과 Micro credit 담당자와 같이 차를 타고 이번엔 듀엔이 다니는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들이 수업 중 이라서 직접 대면은 못했지만 창문 너머로 이방인의 방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 눈망울이 재미있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이 학교가 큰 마을에 본교를 둔 3개의 분교 중 하나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듀엔과 오빠는 나를 만나려고 학교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차로 5분쯤 이동 듀엔의 집 근처, 논두렁 길을 50여 미터 걸어 가는 중 듀엔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수줍은 듯 엄마 손을 잡고 뒤로 숨는다플랜직원이 듀엔을 알아보겠냐고 묻는다.
듀엔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11살이 되었는데 아직 8~9살 정도로 보이게 체구가 작다. 듀엔은 천사 같은 미소로 날 반겨주었다.

나한테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데 베트남어로 하면 못 알아 들을 것 같으니까 머뭇머뭇 거리는 표정이 너무 귀엽다. 이어 듀엔의 2살 오빠, 엄마, 할아버지, 옆집 아주머니등과 반갑게 인사하고 듀엔의 아빠와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듀엔의 엄마가 차를 내온다.
듀엔엄마가 말하길 듀엔이 몇 일 전부터 한국에서 내가 온다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랑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집 건너편 찻길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순간, 이렇게 정이 많은 아이에게 자주 편지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 진다.
가져온 선물을 건넸다. 옷을 펼쳐 보이는 순간 플랜직원이 말하길 "옷이 너무 커요" ", 11살 것 맞는데......" 긴 팔은 없나요? 겨울인데" "또 헉, 베트남 여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전에 계절 날씨 등 자세히 알아보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듀엔이 자기 방으로 가더니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한국플랜에서 제작한 학용품과, 인형, 플랜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꺼내오더니 "이 옷도 너무 커서 아직 못 입고 있어요" 그런다.
너무 미안했다 선물이라고 그냥 구매해서 보내기만 했지 아이의 키가 몇인지는 체격은 어떤지 생각해 보지도 않은 내 자신이 미워진다.
학용품은 왜 그대로냐고 물으니 아까워서 안 쓰고 있었다고 한다. 강아지 인형의 귀에 달린 상표도 그대로 있다. 눈물 나오려 한다.
이번에 사온 학용품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많이 쓴 만큼 공부도 잘하게 되는 거라고듀엔이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듀엔의 아빠는 정부로부터 땅을 임대 받아 농사를 짓고 있고, 엄마는 조금 한가한 12~1월에 도시로 나가 좌판을 펼치고 복권 판매한다고 한다. 듀엔의 아빠는 그리 건강해 보이질 못한 것 같았다. 처음 듀엔을 소개 받고 가족사진을 받았을 때만 해도 듀엔의 아빠는 건강하게 보였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실물을 보니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여 걱정스럽다
듀엔의 엄마가 점심대접을 한다고 음식을 내왔다. , 숙주나물로 만든 국?? 그리고 야채가 듬뿍 들어간 곱창볶음??, 너무 맞잇게 먹었다. 점심식사 후 듀엔은 집 기둥 옆에 시멘트로 만든 작은 연못(연못이기 보다는 작은 어항)에 자기가 키우는 물고기를 구경시켜준다 오랜지 색의 새끼손가락 만한 열대어 같았다. 듀엔이 자꾸 묻는다 "왜 가족은 같이 안 왔어요?" ".... 모두들 조금 바빠서...  담에 같이 오도록 할게 약속" 하며 손가락을 걸었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 왔다. 욕심 같아선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너무 안타까웠다.
비는 그치질 않고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린다, 듀엔은 차 있는 곳까지 우산을 씌어줄 생각으로 우산을 펼쳐 든다. 듀엔의 손을 꼭 잡고 미끄러운 논두렁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내가 차에 올라타자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을을 빠져 나오는 차 속에서 난 아쉬움에 긴 한숨과 공허만이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밝게 자라는 듀엔과 오빠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은 이내 벅차 올랐다.

 어느새 꽝아이 시내, 플랜 사무소에 도착한 난 플랜 직원으로부터 받은 서류에 방문에 대한 간단한 질의를 작성했다.

 

 

 

 

 

 

 

플랜직원과의 간단한 기념촬영 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 후 호텔로 향했다.

오후 6시쯤 호텔에 도착한 난 긴장이 풀려서 인지 저녁밥도 잊은 체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에게 슈퍼마켓으로 가자고 했다.
몇 일 안 있으면 설날인데 듀엔에게 과자 같은 거라도 보내주고 싶어서였다. 슈퍼마켓에 도착한 난 과자, 사탕, 초콜릿 등 을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던 순간 한쪽 진열장에 "소주"가 보였다.ㅎㅎ 소주도 한 병 담았다 물론 듀엔을 위한 건 아니고 듀엔 아빠와 처음 만남인데 같이 술 한잔 못한 게 아쉬워서였다.

슈퍼마켓을 나와 난 다시 플랜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 같이 동행했던 직원에게 사온 물건을 건네며 꼭 좀 전해 달라 부탁했다. 소주는 아빠를 위한 거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다음 방문 때는 아빠와 같이 마시고 싶다고..

다시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온 길을 이번에 아쉬움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