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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0:56:49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수년간 필리핀의 조날린과 인연을 맺고 지내며 한번쯤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플랜코리아 홈페이지의 아동방문 수기를 접한 뒤로 방문에 대한 마음이 더욱 절실해져, 당초 가족과 함께 가려는 것도 포기하고 혼자 떠나기로 결심을 하였다.
 
플랜코리아의 도움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고 직장에 휴가를 신청했다. 사무실 동료들이 선물을 사 줄 정도로 적극 후원해주기까지 하였다. 비행기표는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호텔예약은 현지 플랜필리핀의 도움을 받았다. 현지에서 이동에 필요한 차량은 플랜필리핀의 투게가라오 사무소에서 도움을 주셨다. 조날린을 생각하면서 백화점, 대형할인마트등을 돌면서 옷가지, 학용품등을 준비하였고, 자전거는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드디어 설레이는 내 몸과 마음을 필리핀행에 담았다.

마닐라공항에 도착하니 플랜필리핀에서 예약해준 호텔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투게가라오행 비행기를 탔다. 아이를 만나리라는 마음으로 설레이기도 했지만 낯선 곳으로의 혼자 여행이다 보니 걱정도 조금 됐다. 아주 조그마한 투게가라오 공항에 내려 출구로 나가니 내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는 현지의 플랜직원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바로 마음이 안심을 되?을 수가 있었다. 그 여자 직원은 막시로 투게가라오 플랜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지역 일을 담당하는 조지와 운전을 맡아준 폴, 그리고 통역인 빅, 이렇게 4명이 날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의 요청으로 하루 동안 통역을 맡은 빅은 워낙 한국어가 서툴러 짧은 영어로 나누는 대화만도 못해 그날 저녁으로 해고(?) 했다. 플랜관계자들이 영어를 잘해 큰 불편함 없이 일정을 진행 할 수 있었다.

플랜에서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여 공항인근에서 자전거를 산후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1시간20여분 달려 조날린의 집에 도착했다. 수줍게 나오는 조날린과 조날린 엄마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날린의 이웃에 사는 친인척들과 동네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나를 구경하러 모이는 통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온몸에 느끼며 난 부끄러워 행동이 불편할 정도였지만, 모두가 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살고 있는 집은 예상했던 것처럼 많이 부족해 보였으나 나름대로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방 한 쪽 낡은 가구 위에 사진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내가 몇 년 전인가 보내준 나의 가족사진이 낡은 액자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만큼의 수십 배 이상 조날린과 조날린 가족들이 날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시큰해 졌다. 고마운 생각 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무성의 했던가.
눈길을 돌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니 어렴풋이 생각나는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보내주었던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 년 전 보내준 영어동화책은 얼마나 읽었는지 많이 낡은 채로
....

조날린 가족들과 함께 인근 시내 (우리로 따지면 읍내 정도)에 가서 플랜직원들과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조날린의 가족이 준비한 식사를 또 하고 투게가라오에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조날린 가족이 저녁식사를 준비 했었으나 내가 시내에 가서 사주고 싶어 하다 보니 저녁을 두 번이나 먹게 됐다). 마닐라로 돌아오는 날 한번 더 방문하고 싶어 아침6시에 플랜직원들과 만나 다시 조날린의 집으로 향했다. 전날 만난 조날린의 여동생인 6살 조네핀의 자전거와 부엌에 있던 작은 전구를 대신 할 수 있는 전구와 방안에 망가져버린 벽시계가 생각이 나 그것들을 챙겨서 준비해서 갔다. 짧은 시간이나마 조날린과 자전거도 타고, 학교도 가보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특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당부도 했다. 서로 웃는 얼굴로 작별의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을 하려 하자 조날린이 울먹이기 시작하더니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이내 울며 따라오기 시작하였다. 울며 따라오는 조날린을 멀리 떨어뜨리고 와야 하는 나의 마음 한구석이 망치로 두드린 듯 아파왔다.

비행 출발 시간이 남아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플랜에서 현지에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시설들 중에 어린이 보건소와 닭농장을 들려 구경하고 투게가라오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인근 서점에 들려 조날린이 공부할 수 있도록 영어사전과 영어교재, 노트 등을 사서 플랜직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마닐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튿날 하루의 여유가 있어 팍상하 폭포와 따가이따이(화산관광지역)를 둘러봤지만, 아쉽게 떠나온 조날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별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관광지에서 힘겹게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가슴이 아팠다.
 
다음날 한국 행 비행기를 타기 전 조날린의 사진을 넣을 액자를 하나 구입하였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필리핀 지도를 구입하여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연신 조날린의 집 위치를 확인해 보며 또다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헤어지며 울먹이던 조날린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나 자신에게 굳게 다짐하게 된다. 열심히 생활해야지 그리고 조날린과 헤어지며 내가 했던 말을 꼭 지켜야지. 터미네이터에서 나왔던 그 유명한 말.  “I will be back.”
 
이제는 조날린의 생일도 꼭 챙기고 편지도 자주 보내야겠다.
그 먼지 풀풀 나는 시골에서 나를 키다리 아저씨처럼 생각하고 있는 조날린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