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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17:40:39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베트남 산골 손키 코뮌에 들어선 ’롯데스쿨’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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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省) 손하현(縣)에 있는 인구 1,600명의 산골마을 손키 코뮌에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휴양도시 다낭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꽝응아이 시에서 또다시 차로 비포장도로를 3시간이나 더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이곳에 멀리 한국 땅에서 특별한 손님들도 찾아왔다. 이 지역 유일한 중학교인 손키중학교가 1년여 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연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지어진 지 25년이 넘어 낡았던 교실이 최신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손키중학교 학생들과 주민들 사이에선 교사 뒤편에 새로 세워진 기숙사가 새로운 자랑거리가 되고 있었다. 학생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현판에는 ’롯데백화점(LOTTE DEPARTMENT STORE)’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손키 주민들도 이 학교를 원래 이름 대신 ’롯데스쿨’이라고 부른다.

지난달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응웬 티 투이 키우(13ㆍ손키중2)와 응웬 티 히엔(12ㆍ손키중2)는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좋아했다. 기숙사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부자 대표로 방문한 롯데백화점 VIP고객 조경훈(53ㆍ산부인과 의사)-양경희(46ㆍ산부인과 의사) 부부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키우는 공부를 무척 좋아하고 반장도 맡고 있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가끔 결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30분 가량 걸리는 등교길은 온통 진흙길인데다 시내도 여러 차례 건너야 해서 여름철 우기에는 물이 불어난 시내를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질퍽대는 진흙 길에 발이 푹푹 빠지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이 등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날씨가 좋아도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첫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새벽 4시가 되기도 전부터 새벽 어스름을 깨고 집을 나서야 했다. 방과후에도 집에 돌아가면 책을 붙잡고 있을 시간도 없다. 6남매 중 장녀인 키우는 농사일이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 돌보아야 할 동생들이 줄줄이 기다린다. 키우는 "기숙사에 들어온 뒤로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위험하게 시내를 건너지 않아도 되고 학교 수업에 빠지지 않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매일 2시간씩 걸어 학교에 오던 히엔도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금방이니까 더 좋은 컨디션으로 수업을 받고 공부할 시간도 많아졌다"며 기쁜 표정이었다.

손키중학교에는 키우나 히엔처럼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니,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속 나왔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경제거점 호찌민의 중간지점쯤에 위치한 손키 지역은 아직도 경제성장의 바람이 미치지 않은 곳이다.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주민들 대다수는 한달 200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온가족이 살아간다. 도로 상하수도 병원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도 도시에 비하면 형편없이 열악한 상황이다.

교육여건도 좋을 리가 없다. 손키중학교도 공식적으론 6학년(중1)부터 9학년(중4)까지 7개 마을 학생 462명이 다니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 나오는 학생 수는 학교측도 정확히 모른다. 7개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97%가 일단 중학교에 진학하지만 졸업생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든다. 2~3시간은 기본이고 많게는 12시간씩 걸어야 학교를 올 수 있고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농사일ㆍ집안일을 하다보면, 학교 공부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큰 비가 내리면 강물이 불어나고 산사태가 나서 등ㆍ하교길에 크게 다쳐 수업에 빠지는 건 다반사.

일부 부모들은 글만 깨우쳤으면 됐지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없어, 중학생 쯤 되면 일찍부터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가거나 일부 여학생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홍세나 플랜코리아 마케팅 과장은 "손키 지역은 고산지대인데다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이어서 도시에 비하면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된 상황"이라고 전하며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교육의 기회가 거의 사라진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초 글로벌 구호단체 플랜코리아를 통해 손키 지역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명품관 에비뉴엘 VIP고객들과 함께 후원에 나섰다. 손키 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본 결과, 기숙사 건립이 1순위로 꼽혔다. 롯데그룹이 작년부터 해마다 베트남 학생 60명에게 1인당 1,000달러씩 장학금을 주고 있지만, 손키중학교의 경우에는 장학금 지원보다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다.

기숙사를 세우고 낡은 학교 건물을 보수하는데 필요한 돈 1억원은 작년 4월 ’김중만 작가의 에비뉴엘 고객 사진전’을 시작으로 ’모엣&샹동 자선캠페인 패키지 판매 및 자선 경매’ ’조세현 작가 사진전’ 등을 통해 모은 수익금과 VIP고객들의 기부로 해결했다. 정승인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고객들도 몸소’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참여해주었다"고 전했다.

손키 롯데스쿨 기숙사 아이들은 이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지역 여건 때문에 누구보다 공부할 기회에 주렸던 아이들인 만큼, 매일매일 학교 수업에 빠지지 않고 공부를 실컷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졌다. 히엔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꿈이 생겼다. "오늘 통역해주시는 분을 보니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다른 나라들도 두루두루 많이 여행할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요." 키우도 "첫째로는 선생님이 돼서 (저처럼) 외진 곳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기자도 다른 가난한 나라나 지역을 돕는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아서 되고 싶어 고민이다"고 눈망울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