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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1 12:00:31 #플랜뉴스 플랜코리아

전시회 하며 사진 팔아야겠다는 생각 든 건 처음 [조선일보]

사진작가 김중만 "수익금, 캄보디아 미술학교 건립에 써요"
저개발국 아이들에 5년 전부터 관심 가져…
"스타들 찍을 때보다 수입 줄었지만 행복해"

16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 3층에서 사진작가 김중만(55)씨의 근작을 모은 ’극락계서(極樂階序)전’이 열렸다. 전시실 입구엔 김씨가 직접 붓으로 쓴 대자보가 걸렸다.

"저는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를 했지만 사진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마 처음일 것 같습니다. 큰 사진은 500만원, 작은 사진은 300만원에 내놓았습니다. 부디 진실된 마음을 보시고 사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레게 파마를 한 김씨는 이날 하루 종일 165㎡(50평)짜리 전시장을 지키며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16일 자신의 사진전에서 사진작가 김중만씨는 “이제 제 나이도 50 중반을 넘어갑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한 사진을 찍을 겁니다”라고 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김씨가 목표로 잡은 수익금은 1억원이다. 그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작품 판매에 나선 것은 캄보디아에 미술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 걸린 사진 64점은 지난 4월 그가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에서 앙코르와트 사원과 그곳 아이들을 찍은 것이다. 그는 "수익금은 전액 시엠리아프에 미술학교를 세우는 데 쓸 계획"이라고 했다. 미술학교 이름은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김점선 화백의 이름을 따 ’김점선 미술학교’로 짓기로 했다. 그는 여덟 살 위인 김 화백을 ’누나’라고 부르며 30년 이상 오누이처럼 지냈다. 전시회 제목 ’극락계서’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는 뜻이다. 김 화백을 기리는 뜻에서 그가 직접 지었다.

김씨는 "누나(김 화백)가 세상을 떠난 뒤 반년쯤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고 했다. 그들은 1977년 김씨의 첫 한국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둘 다 괴팍한 아웃사이더라 보는 순간 통했다"며 "그림 그리는 누나와 사진 찍는 나는 선 하나, 셔터 한 방에 고통스러워하는 것까지 닮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씨가 2005년 김 화백과 함께 작업한 마지막 작품도 걸렸다. 김씨가 찍은 나비 사진 6장 위에 김 화백이 한 달 동안 붉은색과 흰색 아크릴 물감을 덧칠해 완성한 가로 215㎝×세로 146㎝짜리 대작이다.

김씨는 2004년부터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가 아이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이병헌·원빈 등 한국 스타 117명을 렌즈에 담은 ’비 후에(After Rain)―아름다운 한국 스타들의 얼굴 전’을 열어 관객 5만여명을 불러모은 직후였다.

김씨는 "전시회는 성공했지만 ’관객들이 보려고 줄 선 것은 내 작품이 아니라 사진 속 연예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작 나 자신은 씁쓸했다"고 했다.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코리아로부터 "자원봉사로 저개발국 아이들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케냐와 네팔을 돌며 찍은 외딴 마을 아이들 사진을 모아 2005년 1월 전시회를 열고 수익금을 플랜코리아에 기부했다. 이번 전시회도 플랜코리아와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스타들 사진 찍을 때보다 수입이 훨씬 줄어들었지만 지금이 훨씬 마음 편하고 즐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