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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09:57:06 #플랜뉴스 플랜지구촌

美 왕따로 학교떠나는 아이들…사회손실 177兆

[경향신문]

전 세계적으로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 어린이개발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에서 학교 폭력을 포함한 청소년층의 폭력에 대한 비용이 1580억달러(약 17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각국에서 어린이들의 20~60%가 집단 따돌림(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은 이 비율보다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학교 폭력은 보고되지 않은 영역에서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왕따 등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플랜인터내셔널은 “미국 사회가 청소년들의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신체적인 체벌과 성적 학대, 집단 괴롭힘 등을 포함한 모든 폭력 형태를 가지고 미국의 청소년 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조사한 결과, 158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학생 개인이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경우 잃게 되는 잠재적 수입을 기준으로 추산됐다. 미 전국학교폭력방지센터의 줄리에 헤르초흐는 “따돌림을 당하면 학교에 나가지 않고,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교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반복적인 괴롭힘을 경험했다.

CDC의 청소년학교보건부 고문인 마르시 헤르츠는 BBC에 “어린 아이들일수록 괴롭힘을 당하기 쉽고, 이러한 경향은 중학교로 가면서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헤르츠는 이러한 집단 괴롭힘은 여자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의 집단 괴롭힘은 CDC의 공공보건이슈로 다뤄지고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월 매사추세츠의 포이베 프린스(15)는 사이버
상에서는 물론 학급 친구들이 자신의 사진에 칼집을 내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에 힘들어하다 결국 자살했다. 지난 9월에는 러트거스 대학의 신입생인 테일러 글레멘티(18)가 자신의 동성애 행위를 찍은 비디오가 룸메이트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되자 조지워싱턴 다리에서 투신자살했다. 또한 지난달 열세살의 세트 월시와 어셔 브라운이 각각 다른 곳에서 자살했다. 두 소년 역시 친구들로부터 동성애자라는 놀림을 당한 뒤였다.

이러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에서는 인터넷상에서의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헤르초흐는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
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수백, 수천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온라인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헤르츠는 “테크놀로지가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며 “어떤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정보도 얻고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집단 괴롭힘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일종의 의례라는 분석도 있다. ‘폭력’이 인간의 한 속성이라는 것이다. 폭력방지그룹의 개리 슬루트킨은 “젊은이들의 폭력성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이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괴롭힘은 치명적인 폭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슬루트킨은 “그러한 집단 따돌림은 젊은층의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며 “미국 사회는 이 문제를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BBC는 “전세계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학교가 많은 구경꾼이 몰린 투기장과 같고, 그 구경꾼은 서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