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이어 세번째 더좋은여행이었지만, 여전히 나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막연한 불안함을 안고 라오스로 향했다. 플랜코리아의 후원자로서 모두가 같은 마음을 안고 향하는 여정이기에, 더좋은여행은 언제나 다른 여행과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을 건네 주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여행은 라오스에서 만나게 될 아이들을 위해 두 세달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작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고등학생 번역 봉사 동아리 플랜버드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만든 아동용 색칠공부 책과 숫자 카드를 직접 아이들의 품에 안겨 줄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플랜버드 다섯 명 모두 미술을 전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선물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작은 재능이나마 기부하고 싶었던 우리의 진심이 큰 힘을 발휘해 제법 괜찮은 선물이 완성되었다.
플랜버드 외에도 이번 더좋은여행에 함께 했던 후원자분들 역시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멋진 분들이었다. 라오스에 도착하기까지 험난했던 모든 여정 내내 아이들에게 줄 왕관과 강아지, 칼 모양의 요술풍선 만들기 연습에 쉴 틈이 없었고, 태국의 방콕과 치앙라이를 경유한 뒤 메콩강 국경을 건너야 했던 길고 고단한 여정 속에서도 곧 만나게 될 아이들과 두터운 정을 쌓을 생각에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라오스에 도착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파크타 지역의 두 개 마을을 방문해 초등학교와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첫 날 다녀온 마을은 쪽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편도 3시간 반을 달려야 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라오스의 멋진 풍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강을 가로질렀다. 도착했을 땐 강가에 나와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웃음을 지으며 짐을 함께 날라 주어 한결 수월하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대접해준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풍선 아트 작업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손 빠르게 척척 역할분담을 한 덕분에 금세 모든 아이들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칼과 강아지를 손에 쥐어줄 수 있었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미리 준비했던 예쁜 머리핀을 꽂아 주기도 했고, 거기에 플랜 로고가 찍힌 동그란 풍선을 불어 머리 위에 띄워주니, 아이들은 신이 나서 풍선을 천장 위로 올리면서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자그마한 체구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유치원 아이들도 우리를 환영하는 의미로 옹알옹알 다같이 노래를 불러 주었다.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마을을 떠날 시간이 되자 모두가 교문까지 나와 진심 어린 배웅을 해 주었다. 가져온 물품의 부족과 빠듯한 시간 때문에 학교의 모든 아이들과 일일이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것이 그저 미안하고 아쉬울 따름이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마을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우리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마을사람들의 가족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처음 보는 카메라가 무서워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한참이나 달래던 어머니, 부모님 없이도 고사리 손으로 더 어린 동생의 손을 잡아주며 씩씩하게 사진을 찍은 여자아이, 팔짱을 끼고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던 아이들, 그리고 찍은 사진을 종이 액자에 넣어 건네주었을 때 고마운 미소로 그 인사를 대신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내 입가에 미소를 자아낸다. 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도, 밥을 돌돌 말아 고기볶음과 함께 맛나게 먹던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즐거워 보였다. 나보다 가진 것은 훨씬 부족해 보이지만 이 아이들은 적어도 나보다 더 행복한 것만 같았다.
서로 다른 지역에 다녀왔던 두 팀은 여행의 넷째 날 오후에 다시 모였고 우리는 다 함께 태국 치앙라이로 건너갔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의 마지막 밤, 오랜만에 반가웠던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는 밤 늦도록 이번 여행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 곳에 와서 느끼는 바가 비슷한 것을 보면 역시 모든 분들이 진정한 플랜의 후원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짧은 여행 속에서 참 많은 걸 배웠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매년 2월, 더좋은여행은 내게 앞으로의 1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는 참으로 고마운 여행이다. 내 자신을 진솔하게 돌아봄과 동시에 더 밝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여행이자, 플랜과 후원자가 만들어나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욱 아끼고 지지해주고, 또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여행. 시간이 지날수록 반짝반짝 빛이 날 ‘더’ 좋은여행을 기대하며, 올 한 해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리라 이 글과 함께 다짐해본다.
글: 이정원 후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