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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13:56:12 #플랜뉴스 플랜지구촌




나티는 아직 7살이었을 때 낯선 가정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하녀로 일하면서 집안일과 동물 돌보는 일을 맡았다. 파라과이에서 나티의 경험은 드문 게 아니다. 직역하면 ‘하녀’를 의미하는 ‘criadazgo’, 즉 아동 노동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파라과이에서 아동 노동은 아주 오래 전부터 허용되어 왔다.

‘Criadazgo’(이하 ‘아동 노동제’)는 잘 사는 집이 노동의 대가로 아동에게 음식, 거처, 교육 등을 제공하는 전통적 관습을 말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엄청난 양의 일 때문에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착취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엄마가 돈이 부족해서 저를 어떤 여자에게 넘겼어요. 저의 형제자매들도 어릴 때 다른 집안으로 들어간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나티가 말했다.

2020년 파라과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6,993명의 소년, 소녀 및 청소년들이 아동 노동 체계의 일부였다. 노동에 개입된 5세부터 17세까지의 아동들은 파라과이의 중부 지방에서 31%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그 다음 동부 알토파라나에서 11%로 집계됐다.

늙은 여자, 여자의 남편, 성인 아들 3명으로 이루어진 새 가정에서 나티는 빨래, 신발 빨기 등의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밤에는 부엌의 작은 구석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나티는 비록 어렸지만 자신의 상황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저는 아주 어렸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했지만,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나티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악화됐다. “돼지들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데 제시간에 하지 못하면 돼지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함께 밖에 있어야 했어요. 가끔은 비가 내리는데도 그렇게 했습니다.” 나티가 회상했다.

나티는 또래와 놀지 못했고, 자주 폭력에 노출됐다. “적절하지 않은 신체 부위를 안마하라는 등, 부적절한 요구를 했고 저를 마구 때리면서 위협했어요. 심지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나티는 동물 가까이에서 일하고 흙 바닥에서 누워 잤기 때문에 기생충이 옮아 머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나티를 맡은 가족은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사람에게 해로운 살충제와 검은 기름을 나티의 머리에 발랐다.



2년 후, 나티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열악한 현실에 대해 말했고, 선생님들은 강단을 취했다. 지역사회 당국은 이를 알게 되어 나티를 구하기 위해 아동 및 청소년 권리 지방의회에서 사람을 보냈다.

의회 직원이 집에 도착한 순간을 떠올리면서 나티는 설명했다. “그 때 저는 신발을 빨고 있었어요. 추웠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죠. 누군가의 차에 타서 어떤 여자분과 대화를 나눴어요. 저는 사람을 잘 믿지 않지만, 그 집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을 따라간다고 했답니다.”

나티의 다음 거처는 학교 친구의 집이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교장이었다. 비록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이내 나티는 새로운 가정에 잘 받아들여졌고 새 형제자매들과 동등하게 대해졌다. “모두가 집안일을 같이 했어요. 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 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티를 착취했던 가족에 대해선 아무런 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지만, 새 가족의 응원으로 나티는 과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다. “제가 어린이로서 겪은 경험은 절대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일을 겪어서는 안돼요.” 나티가 말했다.

아동 노동제의 영속성은 파라과이의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경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비롯한 문제들에서 기인한다. 국민의 40%가 농촌에 거주하는데, 이곳에서 특히 소녀들이 취약하고 성 기반 불평등에 노출돼 있다.

농촌사회에는 고등학교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아동이 중퇴를 할 수 밖에 없다. 자녀를 지원할 수 없는 부모들은 아동 노동제만이 자녀들의 교육과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고 간주한다.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대부분 희망이 아닌 절망을 직면하게 되며 착취당하고 학대당한다.

새로운 따뜻한 가정을 만난 나티는 플랜의 아동후원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을 받고 있다. 나티는 플랜이 주최하는 폭력 방지 관련 훈련 워크숍에 참여하고 리더십 자질에 대해 배웠다.

이제 27살이 된 나티는 지역사회 내 다른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와 함께 금기시되는 주제에 대해 토론할 것을 당부하며, 아동 노동제 반대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제 저한테는 7살짜리 아들이 있어요. 제 아들이 안전하고 돌봄 받는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