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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13:43:34 #플랜뉴스 플랜지구촌

나이지리아의 작은 마을 ‘란’: 꺾이지 않는 희망



나이지리아 보르노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란. 이곳은 플랜 나이지리아 직원 누브와 바우로 이브라힘이 방문했을 때에도 15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나이지리아 북동부와 차드 강 구역의 갈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곳이었다.

마이두구리에서 170km 정도 떨어진 란은 2009년에 보코 하람 무장조직이 일으킨 갈등으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지역사회 중 한 곳이다. 보코 하람 때문에 수천 명이 사망하고,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집과 고향을 떠나야 했다.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갈등이 생긴 이후 대부분 보르노 주민 20,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4,000명 이상이 납치되었으며, 170만명이 난민이 됐다.

2019년 1월 14일, 보코 하람이 또 다시 란을 습격했고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시설의 파괴를 야기했다. 이로 인해 주민 수백명이 이웃국가 카메룬의 보도 마을로 피신했다.

오늘날 란은 고립, 황폐, 고난의 장소다. 이곳에 거주 중인 지역사회민들의 현실은 매우 황량하다. 자동차 대신 사용하는 느린 당나귀와 낡은 자전거는 심지어 과거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란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마을에 가려면 그나마 제일 안전한 교통수단인 헬리콥터를 타야 한다. 마이두구리에서 오전 11시 15분에 이륙한 헬리콥터는 예상 도착시간보다 3시간이나 더 늦게 마을에 착륙했다. 모래바람이 조종사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누브와 바우로 이브라힘(플랜 나이지리아 직원)


나의 란 방문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궂은 날씨 때문에 조종사는 여러 번 경로를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헬리콥터는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허공 속에서 떠돌았다.

비행장을 접근하면서 란의 황량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풍요가 넘치는 마을의 기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헬리콥터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가면서 이곳에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운송수단이 전혀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동료 펠리치아와 함께 플랜과 협업 중인 지역사회민 무사와 바바카카를 만났다. 안내를 맡은 바바카카에게 어떻게 목적지로 갈 수 있냐고 묻자, 바바카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곳에는 자동차가 없어요. 여기서는 당나귀를 타요.”

나는 짧은 순간 동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가 성장한 지역에서 당나귀는 볼 수 있었지만 탈것으로 이용해본 적은 없었다. 만약 당나귀 등에서 떨어져 이 황폐한 마을에서 다리라도 부러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나는 당나귀를 타는 대신 비행장에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까지 걸어가겠다고 했다.

길은 먼지가 가득했고 그림자에서 쉴만한 나무조차 없었다. 나는 목적지까지 반드시 가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담긴 바바카카의 눈빛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우리는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40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 3만명이 살고 있는 란은 비록 황폐하고 도시의 문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강인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카메룬에서 건너온 물건들을 파는 시장, 자전거를 수리하는 수리공들의 노련함, 배움에 대한 갈망이 담긴 아이들의 눈빛 등 나는 란 주민들의 탄력성을 느꼈다.

란에는 학교가 두 군데뿐이었다. 하나는 책상과 의자가 없어 학생들이 맨바닥에 앉아 수업을 받았다. 다른 하나는 9년 전에 세워졌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란에는 희망이 남아있었다. 플랜이 운영하고 유럽공동체 인도주의적 지원 및 시민 보호 사무소(ECHO)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양질의 교육과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11세 소녀 파티마는 마을의 운영 중인 단 하나의 학교에 다닌다. 교복을 살 돈이 없는 파티마는 평상복을 입고 등교한다. 파티마처럼 친구들도 교복, 학용품, 교재가 없기 때문에 누가 학교에 다니고 다니지 않는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파티마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희 마을 주민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파티마가 전했다. 반란의 위험, 식량 위기, 예상 불가한 기후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지역사회민들의 강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2023년 12월에 시작한 ECH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플랜은 마을의 학교 두 군데를 보수 중이다. 또한 새 가구와 학용품을 지원하며, 학생들에게 교복과 교재를 제공하는 동시에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중이다.

란의 주요 도로들은 카메룬의 라그도 댐에서 넘치는 물로 자주 잠겨서, 주민들은 다른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주로 마을 안에 갇혀있다. 이 때문에 란에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반란군의 공격 가능성 역시 또 하나의 이유다.

우리는 파티마와 헤어지고 또 다시 40분을 걸어 비행장으로 돌아갔다. 달콤쌉싸름한 기분이 들었다. 플랜 나이지리아 사무소가 있는 마이두구리로 복귀하면서 란에서 본 장면들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주민들, 특히 학교 교장과 학생들의 눈 속에 있는 희망이었다.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생존의 경험이 희망의 빛과 섞여있다. 란은 분명히 다시 일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