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절망 사이의 도시, 쿠르묵

수단 내전 사태를 피해 이동한 수천 명의 가족들은 현재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동부 도시 쿠르묵에 머물고 있다. 플랜 독일 긴급 구호 담당자 파비안 뵈클러는 이들이 성 착취, 아동 노동, 굶주림 등에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로 한 가운데 제멋대로 주차된 트랙터와 트럭들이 썩고 있다. 맥주 상자가 아무렇게 높이 쌓여있다. 남자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형형색색의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다. 주변에는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있다. 쿠르묵에서 성매매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이웃 국가에서 폭력사태가 격화된 지 9개월이 지나고, 사람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도시는 황폐한 곳이 됐다. “여기서 굶어 죽느니 차라리 총에 맞아 죽는 게 나아요.” 쿠르묵의 난민 캠프를 방문했을 때 한 수단 출신 어머니가 말했다.

지난 4월, 쿠르묵에서 1,000km 떨어진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국제이주기구는 무려 760만명이 집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610만명이 고국에서 난민이 된 한편, 150만명 이상이 차드, 이집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등의 이웃국가로 갔다. 에티오피아에는 47,000명이 유입됐다.

애초에 해당 환승 센터로 온 난민들은 일주일 정도만 머물다가 에티오피아의 베니샨굴구무즈 난민 캠프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캠프로 몰리면서 추가 인원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유엔난민기구와 공공 난민 관리 센터는 에티오피아에 또 하나의 난민 캠프를 개시할 예정이지만, 지방정부가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결여는 쿠르묵 뿐만이 아니다.

쿠르묵의 난민 캠프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 중 70% 이상은 여성과 아동이다. 이들 중 한 명인 테레사는 자녀 5명을 포함한 다른 200여명의 난민들과 함께 격납고에서 생활 중이다. 처음부터 환승 센터는 오랫동안 누군가 머물 수 있게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격납고 외에 긴급 보호소는 없다.

테레사와 자녀들은 이곳에서 4개월을 지냈다. 테레사는 임신 중이다. 남편은 수단 내전으로 사망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테레사는 카르툼을 떠나서 15일을 길에서 보냈다. 하지만 더 안전하고 밝은 일상에 대한 희망은 절망이 대신하게 되었다. 테레사는 음식을 살 돈을 벌기 위해 마을 시장에서 일하거나 타인의 빨래를 해주기도 하지만, 5명이나 되는 아이들한테는 충분하지 않다. “살기에 아주 열악한 상황이에요.” 테레사가 말했다.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일, 나무 뿌리, 심지어 나뭇잎까지 아무 것이나 먹을 수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찾기 시작했다. 지역민들은 영양실조와 말라리아를 앓고 있다. 죽음이 코앞에 와있다. “아이들이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공공 난민 관리 센터 직원이 전했다. 최근 6개월동안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도, 약도, 가장 근접한 병원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조차 없다. 약 50명의 신생아가 아무런 의료적 지원 없이 난민 캠프에서 출생했다. 위생 상태 역시 최악이다. 600명이 한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은 가운데 수단 내 여러 지역을 포함해 쿠르묵에서도 콜레라가 유행 중이다.

난민 캠프에 지내는 이들은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매춘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선택한다.

한편, 남아들은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위험천만한 환경 속에서 금을 캐는 작업을 한다. 무장단체들은 소년들을 데려가 수단 내전의 아동 군병으로 사용한다. 특히 보호자가 없는 아동은 인신매매와 조혼을 겪어야 한다. 모든 상황에서 아동 대상 폭력과 착취의 원인은 곧 빈곤이다.

이에 대응하여 플랜은 난민 캠프 내 매일 500명 이상의 아동이 방문하는 아동친화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심리적 지원을 받는다. 최근에 설립된 아동 보호 위원회는 부모들에게 아동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전달한다. 아이들은 부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재회할 기회를 갖는다.

더 나아가 플랜은 현재까지 보호자 없는 아동을 입양하기로 결심한 성인 난민 150명에 대해 활동했다. 이들은 경제적 지원을 받아 아동을 돌보기로 약속했다. 3,200여명의 가족들이 식수, 의약품, 개인 위생 용품 등 필수품들을 제공 받았다.

플랜은 또한 물 탱크 2대를 캠프 근처에 설치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아동 200명에게 글쓰기 및 수학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캠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중 약 30%인 6,500명은 교육이 필요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이다.

결국 난민 캠프 주민들을 살리려면 확장된 인도적 지원이 즉시 필요하다. 수단의 무력 분쟁은 조만간 또 한번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쿠르묵에는 더 많은 난민들이 유입될 것이다. 쿠르묵 지역의 인도적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